
압구정 역 5번 출구 맞은편에 있는 카페에 젊은 남자와 엄마뻘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태형은 카페에 조용하게 흘러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며 의미 없는 생각들을 떠올리다 앞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는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여자는 커피를 마시며 원두가 싸구려네 어쩌네 쓸데없는 말을 내뱉다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태형의 시선을 느끼고는 헛기침을 하며 커피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너 근데 옷이......”
“운동 가려는데 부르셔서요. 그대로 왔어요.”
태형의 대답에 여자의 눈썹이 사납게 꿈틀거렸다, 태형은 그것을 못 본 채 하며 애꿎은 커피잔 손잡이만 만지작댔다. 여자가 마음에 안 든다는 듯 태형의 위아래를 훑어 내렸다.
“그래도 어른이 부른 건데 집에 들려서 갈아입고 오지.”
“빨리 오라고 하셔서요, 왜 부르셨어요?”
“......너희 지금 얼마나 만났지?”
“1년 조금 안 됐어요.”
“그럼 이제 헤어질 때도 되지 않았니? 태형이 너 언제까지 정국이 붙잡고 있을래,
우리 정국이 이제 대학 졸업하고 회사도 물려받고 우리가 정해준 참한 아가씨랑 결혼도 해야 하는데 언제까지 정국이 앞길 막을 작정이니.“
정국의 엄마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었다. 태형 본인만 해도 정국과 사귀는 동안 헤어지는 상상을 수십 번도 넘게 했었다. 이번에는 헤어지자 말해야지, 정말 이번에는 말해야지. 생각만 하고 망설이다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는 게 문제였다. 잘 생각하고 연락 주렴. 정국의 엄마가 짐을 챙겨 먼저 카페를 나갔다.
태형은 다 식은 아메리카노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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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우리 엄마 만났어요?”
현관문을 여니 스프링처럼 튀어나오는 정국의 표정이 험악했다. 옆에서 따라다니며 말을 거는 정국을 무시한 채 옷을 벗는 태형의 어깨를 정국이 돌려세웠다.
“안 들리는 척 하지 말고요. 우리 엄마 만났죠.”
“그래, 만났다.”
“엄마가 부르면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왜 나갔어요? 이번엔 뭐래요? 또 돈 주면서 헤어지래요?
“헤어지라고는 했는데, 돈은 안 줌.”
“그걸 말이라고 해요? 그래서 형은 뭐라고 했는데요.”
“내가 뭐라고 했을 것 같은데?”
“형...”
“정국아, 우리.”
“형, 제발.”
헤어지자.
우리가 왜 헤어져야 돼?
정국은 중학생치고는 권태롭고 외로운 중학생이었다.
부모님은 바빠 정국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며 평범한 중학생은 꿈도 못 꿀 용돈을 손에 쥐어주었다. 정국은 받은 용돈을 차곡차곡 저금통에 모아두기 시작했다. 갖고 싶은 게 없었다. 갖고 싶은 건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다른 애들은 삼삼오오 모여 시내에 나가 떡볶이를 사먹고 피시방에 가서 게임을 했다, 물론 그것에 동경을 안 해본 것은 아니었지만 같이 해 줄 친구란 게 딱히 없었다. 언제나 정국은 혼자였고 외로웠다.
집 근처에는 정국이 좋아하는 단골 빵가게가 있었다. 빵 하나에 적어도 5000원은 넘는 빵가게였지만 인기가 많아 항상 사람들로 넘쳐 났다.
정국의 발이 빵가게 앞에서 멈췄다.
급식은 정국이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지 않아 다 남겨버렸기 때문에 하루 종일 먹은 거라고는 아침에 가정부 아주머니가 만들어준 주먹밥이 다였다. 정국은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고 휘저어봤지만 잡히는 건 오다가 얼떨결에 받아버린 물티슈였다. 용돈은 많았지만 받는 족족 저금통에 넣어버렸기 때문에 카드도 없는 정국이 돈을 갖고 있을 리 없었다.
정국은 후회공처럼 후회 했다. 만 원 정도는 가지고 다닐 걸.......
발걸음을 쉽사리 떼지 못하고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기를 30분 째 하고 있을 때쯤 가게 문에 달린 종이 경쾌하게 소리를 내며 문이 열렸다, 크림색 앞치마를 허리에 두른 잘생긴 남자가 팔짱을 낀 채 정국에게 다가왔다.
“아까부터 내가 유리창 너머로 널 유심히 지켜봤거든?”
“네?”
“그... 우리 가게 사장님이 되게 사람이 좀 예민해.”
“...제가 배도 고프고 돈도 없는 건 맞지만 가오없게 뭘 훔치진 않아요.”
정국의 말에 남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배를 잡고 까르르 웃었다. 영문을 모른 채 남자를 쳐다봤더니 남자가 꽤 즐거운 표정을 하고 있다.
“나는 네가 뭘 훔친다는 애기는 안 했는데?”
“그런 뉘앙스로 얘기한 건 맞잖아요. 그 정도 눈치는 있어요.”
“너 좀 귀엽다. 빵 먹을래? 형이 사줄게.”
빵을 사주겠다는 남자의 말에 정국이 움찔했다. 정국의 안에서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존나 배고프다는 욕망이 서로 대립하고 있었다. 너무 배고파서 죽을 것 같았지만 모르는 사람한테 얻어먹는 건 가오가 없어보였다.
혼자만의 고민에 빠진 정국을 유심히 쳐다보던 남자가 정국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토끼귀 같은 게 솟아난 것 같은 착각이 들어 정국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혼자만의 세계에서 나온 정국이 경계하는 표정으로 남자의 손을 머리에서 떼어냈다.
“뭐 이런 걸로 유인해서 이상한 짓 하려는 거 아니죠?”
“영화를 너무 많이 봤네. 내가 무슨 유괴범도 아니고. 싫으면 말어라.”
남자가 미련 없이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가려고 등을 돌렸다. 재빠르게 남자의 앞치마를 잡은 정국이 귀여운 토끼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며 작게 뭐라고 중얼 거렸다. 정국의 말이 들리지 않아 남자가 정국의 얼굴에 귀를 가져다댔다. 뭐라고? 크게 말해 봐.
“돈... 갚을게요.”
빵가게에서 6시부터 9시까지 일하는 태형에게 며칠 전부터 퇴근 친구가 생겼다. 저번에 빵을 사줬던 중딩 남자 애였다. 퇴근 시간은 어떻게 알았는지 마감을 하고 나왔더니 가게 옆에 배치 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쭈뼛대면서 어쩔 줄 몰라하길래 할 말 있냐고 물어봤더니 대뜸 교복 바지 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건넸다.
“저번에 사주신 빵 값이요.”
“엥. 안 줘도 돼, 내가 그냥 사준 거라니까?”
“아빠가 세상엔 공짜는 없댔어요.”
그렇게 말하는 얼굴이 세상 진지해서 일단 돈은 받아 들었다. 근데 내가 사줬던 빵은 6000원인데? 태형의 말에 정국이 나머지는 그냥 가지라며 웃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며, 너희 아빠가.”
“그렇죠.”
“너 이름이 뭐야?”
“전정국이요.”
“정국아, 내가 거스름돈이 없는데 4000원은 내일 갚을 게. 내일 시간 있어?”
정국이 토끼이빨을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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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정국이랑 헤어졌다고?”
“엉. 그만 좀 물어 봐.”
“그렇게 죽고 못 살더니... 너희도 결국엔 헤어졌구나.”
“꺼져, 제발.”
“이번에도 며칠 만에 눈물재회 하는 거 아녀?”
토스트를 입에 물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태형 옆에서 예준이 깐족거렸다. 왜 헤어진건데? 전정국이 잘못 했을 리는 없고 네가 잘못했지? 안 봐도 비디오다. 평소대로라면 불같이 화를 내며 있는 대로 짜증을 냈을 태형인데, 웬일로 가만히 있었다. 태형의 반응에 예준이 되려 심각해졌다.
“진짜야? 김태형 반응을 보니 이번엔 진짜로 헤어졌나본데...”
“아! 진짜라고 몇 번을 말해!”
태형은 지금 예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심란했다. 헤어지자고 말했을 때 평소 같았으면 웃으며 왜 그러냐고 애교를 피우며 자기를 버리지 말라는 등 순둥한 말을 했을 정국인데 그 날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그러자 대답했다. 정국의 반응에 당황한 건 오히려 태형이었다. 물론 가벼운 마음으로 헤어짐을 고한 건 아니었지만 정국의 다이렉트 대답에 기분이 이상했다.
“형이 그러고 싶으면 그러세요.”
“어?”
“저는 언제나 형이 우선순위니까.”
태형은 할 수만 있다면 시간을 다시 되돌려 정국에게 했던 말을 물리고 싶어졌다. 아,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후회가 물밀 듯 밀려왔다.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아니, 없어, 나 지금도 하고 있어...
“응.”
미친, 후회충 새끼야.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빨리 하라고.
태형의 생각과 다르게 긍정의 대답이 태형의 입 밖으로 먼저 나와 버렸다. 태형의 대답에 정국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대답 왠지 짜증난다, 형은 진짜 그럴 것 같아서.”
“...”
“근데 사실 전 자신 없어요.”
“...야.”
“형이랑 헤어지면 내가 후회 안 할 자신이 없다고요.”
그냥 잡을 걸 그랬다. 헤어져달라고 울며 빌어도 모른 척 하며 거절할 걸.
정국은 태형이 빠져나간 공간에서 중학생 시절 느꼈던 권태를 다시 느꼈다. 권태라고 느꼈던 감정은 사실은 결핍이었단 걸 태형을 만나면서 깨달았다. 태형을 만나면 만날수록 제 안에 있던 텅 빈 공간이 빈 틈 없이 채워지는 기분을 받았다. 태형은 다정했고 예쁜 사람이었다.
“너는 친구가 없어?”
“네.”
“앗. 정곡을 찔렀구만. 미안...”
“사실인데요, 뭐.”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정국이 다 마신 음료캔을 찌그러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저렇게 애가 시니컬하지. 이미 앞서가는 정국의 뒤를 따르며 태형이 속으로 생각했다.
정국과 태형은 매일 같이 만났다. 정국이 하교하면 당연한 듯 태형이 알바하는 빵가게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사장님이 동생이냐고 까지 물을 정도로 매일 얼굴을 비췄다.
만나면 딱히 하는 건 없었고 밥을 먹거나 같이 게임을 하는 게 다였다. 그러다 태형의 수능이 가까이 다가왔고 당연한 듯 태형이 알바하던 빵가게를 그만뒀다. 태형은 이 사실을 정국에게 말할까 말까 계속 고민했다. 빵가게를 그만뒀으니 자연스럽게 정국과의 만남도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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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빵가게 알바 그만 뒀다.”
“그러시군요.”
“앞으로 너도 못 만난다는 얘기야.”
빵가게 알바를 그만뒀다는 말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 정국이 앞으로는 너도 못 만난다는 소리에 안 그래도 큰 눈을 더 동그랗게 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머리통을 두 팔로 붙잡고 꼬옥 안아줬더니 얼굴이 빨개진다,
“나 이제 수능공부 해야 되거든. 아마 휴대폰도 거의 못 볼 듯.”
“진짜 못 만나요?”
“그렇지... 울 정국이 이제 형아 못 봐서 어카냐.”
“그건 좀 싫다...”
정국이 정말 섭섭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모습이 왠지 짠해진 태형이 형 수능 끝날 때 까지만 참아 줘, 수능 끝나면 같이 놀러다니자. 라며 군대 기다리는 여친에게 할 법한 말을 지껄였다. 정국이 그러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태형의 수능은 무사히 치러졌고, 태형은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정국과 했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다.
대학생은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았고, 바빴다. 정국을 생각할 틈도 없이 너무나도 바쁘게 보냈다. 그렇게 바쁘게 대학시절을 보내고 취업을 하니 문득 정국이 떠올랐다.
“근데 너네 곧 1주년이라고 하지 않았냐.”
“헛소리 하지 말고 빨리 컵이나 잡아. 팔 떨어져 미친놈아.”
예준이 태형이 놓칠락 말락 하는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받아들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너 전정국이랑 부산 간다고 기차표까지 예매하지 않았어? 예준의 말에 태형이 입에 물고 있던 컵을 악! 소리를 내며 떨어트렸다.
맞다. 예준의 말대로 원래대로 라면 1주년이 되는 금요일에 부산에 내려가 일요일에 서울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기차표는 태형이 예약했고 호텔은 정국이 예약했다. 이런, 씨발...
기차표는 그렇다치고 호텔 수수료 엄청 나올 텐데... 태형이 두 손으로 머리를 말아 쥐며 앓는 소리를 냈다.
정국은 정신을 차리고 정상적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했다,
밀린 빨래도 하고, 집안에 쾌쾌히 쌓여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태형의 생각도 이렇게 쉽게 털어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정국은 계속 잊어버리자며 다른 생각을 해보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태형의 생각이 나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내가 정말 형을 잊을 수 있을까. 다른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정국은 자신이 없었다.
집안 곳곳 가득한 태형의 흔적에 숨이 막혔다. 태형의 앞에서 참았던 눈물이 말릴 틈도 없이 흘러나왔다. 태형을 만나기 전 중학생 때 느꼈던 권태를 다시 맛 본 기분이었다.
결국 혼자라도 부산에 가겠다며 기차에 오른 태형이 창밖을 바라봤다.
같이 나란히 앉아서 정국이 입에 김밥도 넣어주고 깨도 볶고 그러려고 했는데...
아무리 걔네 엄마가 좆같이 말했어도 참을 걸, 물론, 정국의 엄마의 말 때문에 홧김으로 헤어지자고 한 건 아니었다. 정국과 사귀게 된 시점부터 태형은 일말의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정국은 잘생겼고 돈도 많고 자상하고 부족한 점이 없는데 비해서 자신은 정국에게 한참이나 부족한 인간인 것 같았다, 솔직히 1년도 못 사귀고 헤어질 줄 알았는데 정국이 부처인건지 뭔지 제가 분노를 조절 못하고 분조장처럼 굴어도 웃으면서 이해해줬다.
이 이별에는 정국의 잘못이 없다. 모두 제가 못난 탓이다. 곧 기차가 부산역에 도착했고 태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차에서 내렸다. 웃으면서 오고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태형은 역에 있는 의자에 앉아서 잠시 고민했다. 호텔은 정국이 예약을 했으므로 새 호텔을 잡아야하나 하는 고민이었다. 일단 돌아다니고 생각해보자.
우동 집에서 우동으로 간단하게 배를 채운 후, 본격적으로 관광을 시작했다.
정국 없는 정국팀마냥 정국 없는 부산을 혼자 돌아다니려니 난감 했지만 일단 발이 가는대로 돌아다녔다.
형. 부산에 가면 꼭 거기는 가야 해요. 정국이 부산 여행을 짤 때 침도 튀겨가면서 강추한 관광지에 도착했다. 밤 되면 치맥 먹으면서 얘기하기 딱 좋아요. 야경이 예쁘거든요. 정말 정국의 말대로 화려한 불빛들이 가득 찼다. 태형은 근처에서 맥주를 사 벤치에 앉았다. 맥주 캔을 따고 입에 물었다. 부산에서 나 혼자 이럴 계획은 없었는데. 정국에게 헤어짐을 말 할 때는 1초 만에 후회들로 가득 찼기 때문에 본인도 황당해서 눈물도 안 나왔었는데, 정국과 같이 계획을 세우고 같이 오기로 약속한 장소에 혼자 오니 그제야 눈물이 터져 나왔다. 한 번이라도 잡아주지. 평소에 그랬던 것처럼 웃으면서 농담하지 말라고 해주지,
“형이 먼저 헤어지자고 했으면서 청승맞게 왜 혼자 울고 있어요.”
익숙하고 그리웠던 목소리가 옆에서 들렸다. 태형은 옷소매로 눈을 꾹꾹 눌러 닦고 다시 옆을 쳐다봤다. 그립고 보고 싶던 정국이 맞았다. 너... 정국이 웃으며 아직도 볼을 타고 흐르고 있는 태형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고 태형의 손에 들려있던 맥주를 뺏어 단숨에 들이켰다.
“생각해보니까 되게 약 오르더라고요.”
“...미안.”
“형 때문은 아니고, 아니다. 형도 약간의 책임은 있으니까.”
“...야.”
“그냥 형도 날 사랑하고 나도 형을 사랑하는데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는 게 답답해서.”
“미안해...”
“우리 정말 이대로 헤어져요? 아니, 이미 헤어진 건 맞는데.”
“...”
“사랑해요.”
하늘로 형형색색 여러 개의 불꽃이 터졌고, 사람들의 감탄도 같이 터졌고, 태형의 눈물도 다시 터졌다. 정국이 태형의 볼을 두 손으로 잡고 입을 맞췄다. 키스에서 눈물 맛이 났다. 태형이 서럽게 울며 정국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정국도 태형을 놓칠 수 없다는 듯, 더 꽉 옭아맸다. 눈이 마주치면 입술이 붙었다가 떼졌다. 태형이 귀를 붉히고 정국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
“쪽팔려.”
“뭐가요.”
“그냥 다,,,”
“형 얼굴 들어봐요. 저 좀 봐줘요.”
“싫어. 부끄러워.”
“빨리.”
태형이 정국의 가슴팍에 묻고 있던 얼굴을 들었다. 눈을 감고 있는 건 아직 그대로였다. 형 눈 떠 봐요. 태형의 감겨 있던 눈이 스르륵 떠졌다. 정국이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사실, 오늘 이거 바다에 버리려고 왔는데.”
“...”
“제대로 주인 찾아가서 다행이다,”
정국이 그러면서 태형의 손을 잡고 태형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반지는 원래 태형의 것인냥 태형의 손가락에 딱 맞았다, 태형은 미안했다, 이 반지를 가지고 어떤 마음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 것 같아서였다. 태형은 미안하다는 말 대신 정국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정국이 웃으며 반지를 낀 태형의 손에 깍지를 꼈다. 우리 좀 걸을까요? 태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해변은 연인들로 북적였다. 정국과 태형도 마주잡은 손을 흔들며 모래사장을 걸었다.
근데 너 나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 태형의 말에 정국이 어깨를 으쓱이며 형이 텔레파시 보냈잖아요. 한다. 그게 뭐야.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인 태형이 기습적으로 정국의 볼에 키스했다. 해 줄 거면 입에다 해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정국이 태형의 목을 잡고 입을 맞췄다. 주위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두 사람을 쳐다봤지만 정국은 아랑곳 하지 않고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결국 숨이 모자란 태형이 정국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친 후에야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야! 사람들 다 보잖아.”
“사람들이 고마워해야죠. 돈 주고도 못 볼 명장면인데.”
“미쳤나봐, 전정국.”
형 우리 이제 그만 호텔로 갈까요? 정국이 부끄러워하는 태형을 잡고 음흉하게 웃었다.
어어...? 어... 태형이 괜히 뒷 머리를 메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국아 고마워.
날 다시 잡아줘서.